김일국 목사(김해 늘푸른전원교회)
결혼하기 전, 50여 권의 가정 사역과 관련된 책을 읽었다. 믿음의 명문 가정을 세우는 것이 꿈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실제로 믿음의 가정을 세우기가 그렇게 쉽지 않다는 것을 피부로 느끼고 있다.
간도의 대통령이라고 불린 규암 김약연 목사는 명동 학교 교장이었다. 그는 “나의 행동이 곧 나의 유언이다.”라는 말을 남겼다. 이런 어른들에게서 배운 신앙 시인 윤동주는 서시(序詩)에서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라고 말했다. 김동호 목사는 <내 아이가 이런 사람이 되게 하소서>(규장)라는 책에서 윤동주의 서시에 대해서 말하면서, “그가 얼마나 민감하고 예민한 삶을 살았는지 알 수 있다.”라고 말했다.
신앙교육은 말로 되는 것이 아니다. 삶으로 체득화 되는 것이다. 어린 자녀들의 신앙은 그들의 눈에 비친 부모의 진실한 삶과 신앙의 헌신, 그리고 그들의 귀에 들려진 부모의 믿음의 말에 많은 영향을 받게 된다. 부모의 교회에서의 신앙의 모습과 가정에서의 모습이 불일치하면 할수록 자녀들의 혼란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최근 이재철 목사가 쓴 <아이에게 배우는 아빠>(홍성사)라는 책이 재출간되었다. 이재철 목사가 네 명의 어린 아들들을 소재로 쓴 책인데, 그의 셋째 아들이 JTBC '싱어게인'에서 우승을 차지하면서 다시 주목을 받게 된 것이다. 30호 가수로 알려진 가수 이승윤은 이재철 목사의 셋째 아들이다.
승윤이가 초등학교 1학년이 되었다. 그의 두 형은 반장, 부반장을 했기 때문에 승윤이도 당연히 그렇게 될 줄 알았다. 그런데 1학년 2학기에 투표를 했는데 보기 좋게 떨어졌다. 초라한 결과에 실망한 승윤이에게 두 형이 이런 말을 해 주었다.
“반 친구들을 위해 봉사할 줄 아는 아이들이 반장으로 뽑히는 거야. 형들이 당선되는 것도 우연이 아니라 친구들을 봉사한 결과야. 이제부터 친구들을 위해 열심히 봉사하면 내년엔 친구들이 꼭 뽑아 줄 거야.” 승윤이는 1년 뒤 반장이 되었는데 그때 내건 공약이 이런 것이다.
어린 승윤이가 친구들에게 말했다. “만약 저를 반장으로 뽑아 주시면, 저는 여러분들을 위한 걸레가 되겠습니다.” 그때 몰표가 쏟아져서 반장에 당선되었다. 이재철 목사는 말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여러분을 위한 걸레가 되겠다’라는 승윤이의 말이 큰 울림으로 저를 사로잡았습니다.” 아버지의 신앙, 형들의 신앙. 가족들의 신앙이 어린 승윤이에게 영향을 준 것이다. 그리고 어른이 된 이승윤 씨는 가수지만 믿음의 모습으로 대중 앞에 나타나게 된 것이다.
미국의 건축설계회사 '팀하스(Timhaas)'의 회장인 하형록 목사는 고 하병국 목사의 아들이다. 하형록 목사는 <메이크 뮤직>(두란노)이라는 책에서 “나의 아버지는 나에게 멋진 이야기를 남겨 주셨다.”라고 말했다. 어려서부터 아버지가 들려준 하나님의 말씀이 그의 마음에 깊이 새겨져서 그 속에서 믿음이 자라게 된 것이다.
윤형주 장로가 40대 아빠였을 때 그의 아들 희원 군은 중학생 나이에 미국에서 유학했다. 그때는 스마트폰도 인터넷도 없었다. <QT로 만나는 아버지와 아들>(두란노)이라는 책 서문에서 윤형주 장로는 이런 글을 썼다.
어느 새벽 주님은 제게 이런 음성을 들려주셨습니다. "너는 왜 아들을 말씀으로 가르치지 않느냐?" 저는 주님께 물었습니다. "주님, 희원이는 제가 16시간이나 비행기를 타고 가야 볼 수 있는 곳에 있습니다. 이렇게 떨어져 있는 아들에게 제가 어떻게 말씀을 가르칩니까? 제가 품고 있을 때에도 변변히 가르치지 못했던 아들인데……."
새벽 기도를 끝내고 집으로 돌아온 저에게 제일 먼저 눈에 띈 것은 며칠 전 거실에 설치해 놓은 팩시밀리였습니다. "아, 저 팩시밀리였구나." 그때부터 아들과 팩스로 함께 나누는 큐티가 시작되었습니다.
윤동주의 육촌 동생인 윤형주 장로는 믿음으로 자녀들을 양육했다. 그의 자녀들 모두가 믿음으로 잘 자랐다. 아들 희원 군도 벌써 중년의 나이가 되었다.
자녀교육은 저절로 이뤄지지 않는다. 부모가 눈물을 뿌리고 믿음으로 헌신할 때에야 열매를 맺을 수 있는 것이 자녀교육이다. 오늘도 나는 교회에서의 모습과 집에서 보이는 모습의 격차를 줄이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런데 힘들다. 완벽한 모습을 보여 주고 싶지만, 그것이 잘 안 된다. 그렇지만 곧 어른이 될 나의 아이들이 참된 믿음의 사람이 될 수 있도록 나는 노력하고 또 노력해 갈 것이다. 그리고 아이들을 위해서 계속 기도할 것이다. 언젠가 나의 아이들이 어른이 되어서 “우리 아빠가 좋은 아빠가 되기 위해서 참 애를 썼구나.”라는 것을 느낄 수 있기를 바란다. 그리고 나의 아이들도 하나님 앞에서 좋은 믿음의 부모들이 되기를 바란다.
“마땅히 행할 길을 아이에게 가르치라 그리하면 늙어도 그것을 떠나지 아니하리라.”(잠 22:6)